토요일 아침에 독서 모임을 마치고 약속이 없으면 별 일이 없는 한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간다. 여기는 다른 중고 서점과 달리 큐레이션이 잘 되어 있어서 즐겨 찾는다. 이래서 서점은 큐레이션이 중요하다. 최근에 출간된 책이 많은 것도 여기의 장점이다. 젊은 분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그런가. 중고 책의 회전율이 굉장히 빠른 듯하다.
이 책은 예전에 서점에서 보고 구입해서 읽어야지 생각했던 책인데 운 좋게도 중고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책을 쓴 황지영 님은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하다가 글로벌 리테일 비즈니스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경험하신 분이다. 현재는 미국에서 마케팅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의 경험과 더불어 다양한 통계 자료와 사례가 많아서 쉽게 읽힌다.
목차만 보면 굉장히 관심이 가는 주제가 많다. 오프라인 리테일의 몰락과 모바일로의 이동, 신뢰와 예측을 더하는 소비 빅데이터 등 어떻게 보면 트랜드 코리아 시리즈와 비슷한 것 같지만 깊이는 이 책이 훨씬 깊다. 더군다가 앞으로의 리테일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에 책이 두꺼웠지만 출퇴근 지하철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데이터 읽기의 기술 이라는 책을 같이 읽었는데 데이터를 좀 더 깊게 보고 싶다면 동시에 읽는 것을 추천드린다)
2018년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모바일 웹브라우저보다 모바일 앱을 사용하는 시간이 무려 7배나 많았다고 한다. (중략) 모바일 앱은 초기에 입력한 개인 정도 등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검색에서 결제까지의 과정이 훨씬 편하다.
오프라인에서 모바일로의 이동, 41페이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면 웹과 앱 데이터의 차이점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앱의 구매 전환율(CR)은 웹 대비 최소 2배 이상 높게 측정된다. 저자의 말처럼 앱이 체류 시간도 길고, 특히 방문당 페이지뷰 수는 웹 대비 월등히 높다. 앱을 사용하는 고객의 데이터 중 웹 대비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앱 접속 후 검색을 하는 비율이 높다는 건데 검색을 하는 방문(세션)은 그렇지 않은 방문 대비 전환율이 평균 3배 이상 높다.
검색을 한다는 것은 구입하려는 상품이 명확하게 그려진 상태다. 때문에 검색 UX가 훌륭한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전환율도 높다. 그렇다면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까. 웹 방문자를 대상으로 앱 다운로드를 유도하고 앱을 켠 고객한테는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거나 푸시 제안을 하는 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잘하는 마케터는 드물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비교 분석해서 구매 결정을 하는 것이 전통적인 소비자 결정 과정이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쇼핑 비서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브랜드나 제품명을 기억할 필요가 줄어든다. 즉,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단순화된다는 뜻이다.
지혜로운 쇼핑 비서의 탄생, 95페이지
책에서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역할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한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알렉사를 통해 많은 구매가 일어나고 있다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인공지능 스피커 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 않는다. 이미 휴대폰 만으로도 충분히 편한 생활을 하고 있고, 아직은 스피커가 사람의 말을 제대로 해석하거나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깔려 있어서 그런 듯하다.
여튼,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은 분명히 커질 것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쌓이는만큼 딥러닝이 활발히 일어날 것이고, 데이터의 양에 비례해서 성능은 똑똑해지지 않을까.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이용은 해보고 싶은데,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다.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필요하다. 데이터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품질이다. 얼마나 정확하게 구체적인 맥락의 데이터를 쌓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리 정교하게 분석해도 재료가 되는 데이터의 품질이 나쁘면 결과는 헛다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객의 행동을 더 잘 예측하려면, 고객에 관한 더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이제 관건은 데이터의 품질, 107페이지
리테일의 미래에 나온 내용을 감히 요약하자면, 상품을 최저가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와 이를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지, 옴니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어디서나 동일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개인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적절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지 이 정도로 추려진다.
결국은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얘기로 책이 마무리되는데 책에 언급된 것처럼 데이터는 정확히 쌓여야 하고, 한 사람의 행동을 연속해서 관찰 할 수 있게 연결되어야 한다. 즉, 아무리 데이터가 정확하고 많다 하더라도 연결되지 않은 데이터는 무의미하다. 정확히 말하면 가치가 떨어진다.
특정 기업에서 전용 포인트를 적립하고 사용 시 많은 혜택을 주며 권장하는건 다 이유가 있다. 기업은 남는 장사를 한다. 할인해 준 금액 대비 얻은 데이터의 가치를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다른 얘기지만 말이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설계하고 수집해서 분석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데이터를 모르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마케터는 모든 업무를 하기보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맡은 바 역할을 하면서 협업이 필수가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지금도 별반 다를게 없지만앞으로는 더더욱 중요해지지 않을까. 인공지능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자동화 플랜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못하면 도태되거나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그러한 역할을 도와주는 마케팅 에이전시가 있다면 빠른 성장을 하지 않을까. 빠르게 변하는 만큼 재밌는 세상이고, 세상의 속도를 우리가 두려워 할 이유는 없다. 인공지능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들이 할 수 없는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으면 된다. 여기서 승패는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