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라 그런지 영업 미팅이 잦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산업에서 종사하는 실무자 분들을 많이 만난다. 내가 하는 일 자체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이다보니 조용한 성격과는 별개로 사람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듣게 된다. 그래야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미팅이 끝나면 회사나 카페에서 미팅에서 나눴던 이슈를 정리하고 액션 플랜을 도출한다. 미팅이 아닌 이상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은 이메일을 통해 진행이 된다. 때문에 이메일을 잘 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며, 대부분의 오해를 일으키는 경우도 이메일에 적힌 작은 실수에서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퇴근길에 휴대폰을 켜면 항상 오늘 내가 보낸 메일 목록을 확인한다. 상대방에게 보낸 이메일 속에 담긴 내용을 보며 내가 했던 일의 내용을 확인하고 내일 할 일을 생각한다. 오해를 부르는 내용이 없었는지 확인하거나 잘못된 표현은 없는지를 살핀다. 문장을 너무 길게 썼다거나 간혹 오타를 발견하면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라며 자책을 한다. 얼마 전 퇴근길에 읽었던 유병욱 님의 에세이 ‘평소의 발견’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메일에 적힌 오타는 딱 그만큼 당신이 중요하다는 뜻’. 오타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오타는 메일을 써놓고 두 번 읽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한 통의 메일을 쓰기까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하나의 오타는 실수일 수 있지만, 두 개 이상의 오타는 상대방이 나를 보는 ‘태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함이, 결정적인 것을 말해주는 거죠.
저자는 연애를 할 때 여자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는 두 번 세 번 읽지 않냐면서, 메일에 적힌 오타가 당신이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갑과 을을 떠나 여태 일을 하면서 일을 잘한다고 느꼈던 분들의 이메일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했다. 항상 결론부터 말하고 쉬운 단어를 사용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메일만 봐도 비즈니스 매너가 좋은지 나쁜지를 추정하거나 가늠할 수 있었고, 실제로 만나면 대부분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글을 잘 쓰려면 일단 많이 써야 하고, 본인이 쓴 글을 사랑하고 다독여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봤다. 출처가 어디인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기억에 오랬동안 남았다. 오늘 쓴 글을 내일 아침에 읽으면 어색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지금 이 글도 내일 아침에 읽으면 어색한 부분이 많이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글의 품격’을 쓴 이기주 작가는 방금 쓴 글에서는 오타를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글을 묶혀 뒀다가 나중에 다시 한번 글을 읽으며 퇴고를 한다고 한다.
내가 쓴 책은 얼마 전 4쇄를 찍었지만, 1쇄가 나왔을 때 책을 처음 접하고 뿌듯함보다는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퇴고에 신경을 쓰지 않아 책에 오타가 너무 많았던 것. 그래서 죄송한 마음에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영상의 반응이 좋았다. 책은 2쇄, 3쇄를 찍게 되었고, 결국 책에 있는 오타를 전부 수정할 수 있었다. 지금은 내가 쓴 책을 당당하게 건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내가 오늘 보낸 이메일을 확인하는 습관, 이런 습관을 신입 사원 때부터 실행했다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얼마 전 팀원에게 별거 아니지만 분명히 좋은 습관이라며, 너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라며 얘기를 해줬다. 이 글을 읽는 분이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거나 대학생이라면 돈 들이지 않고 본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니 한번 믿고 실행해보시라 🙂